3일간의 리프트 아시아 컨퍼런스를 다녀온 뒤 깨닫게 된 몇 사실과 전제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과도 토론하고 싶네요.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그리고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렸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죠. 일단 제가 먼저 풀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경계를 허물면 신천지가 펼쳐진다
사람 간의 경계, 서비스 간 경계, 플랫폼의 경계 이 모든 것은 창의적 서비스를 내놓은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새로운 서비스는 '경계 허물기'에서 비롯되며, 그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서비스 또는 오프라인 서비스는 반드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 서비스의 미래는 한계지어지게 되며, 벽을 허물고 새로운 융합을 꾀한다면 더 많은 청사진이 찾아오게 될 것이라는 걸 유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웹의 SNS를 온라인 게임에 접목하려는 게임업체 넥슨이 대표적이었습니다. 현재는 서로를 부러워하며 닮아가길 원하고 있는 상황인데, 조만간 둘 간의 경계는 붕괴하게 될 것이라는 게 권준모 대표의 얘기였습니다. 그는 '컨버전스 컬처'를 인용해 Folks Art와 Massive Art의 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보더군요.
뉴스 미디어에 적용해보자면, 뉴스와 콘텐트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겠더군요. 또한 오프라인 매체와 온라인 매체 간의 융합도 가능할 것이고요, 게임과 뉴스의 접목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기획자라면 다시 푸코를 주목할 때
철학에 빗대자면 'Only의 시대', 그리고 근대적 '분류의 시대'는 포스트모던의 '파괴의 시대', '해체의 시대'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같은 점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는 기획자는 푸코의 철학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진경씨도 말했듯, 푸코의 사상 전반을 특징짓는 가장 커다란 기획은 정상과 비정상, 동일자와 타자, 내부와 외부 사이에 만들어진 경계를 허무는 것입니다. 분류와 경계짓기가 권력의 탄생과 유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데요. 예를 들면, 광인과 정상인의 구분 과정에서 과학이라는 권력이 탄생한 것처럼 말이죠.
이는 서비스와 플랫폼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것이 뉴스든, 게임이든, 카페든, 각각 개별적인 서비스의 경계짓기는 개별 서비스들, 플랫폼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무엇이 뉴스냐, 왜 뉴스냐, 무엇이 게임이냐, 왜 게임이냐, 무엇이 카페 서비스냐, 왜 카페 서비스냐 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할 때입니다. 왜와 무엇이라는 질문 앞에서 경계가 붕괴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왜'라는 질문을 거두는 순간, 창의력은 사라진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넥슨도 미디어 회사라고 하는 세상입니다.
2. 재미는 선순위 기술은 후순위
"점점 더 배우면 배울수록 '소셜 엔터 플랫폼'이 되는데 있어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자바도 그렇다. 디바이스도 한계가 있었다. 사람들은 블루투스를 어느 정도 이상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QR 코드는 일본은 익숙하나 미국은 또 아니었다. 그래서 첨단으로 갈수록 사용자들이 사용하도록 하는데 장벽이 높다는 걸 깨닫고 low tech로 가자고 해서 간 것이다."
Megaphone의 Jury Hahn씨의 얘기다. 그는 더 훌륭한 소셜 엔터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더 첨단의 기술을 사용하려다 그만뒀다고 했다. 기술의 첨단화가 사용자 만족감의 제고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는 '소셜 엔터 플랫폼'을 위해 Low Tech를 채택했다. 이날 소개된 슈팅 게임은 털어놓자면 20-30년 전 갤러그에도 못 미치는 CG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직접 참여한 청중들은 흥분했다. 전화 한통으로 한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끼리 게임으로 만나고 경쟁했다. 그 짧은 순간이지만 청중 모두는 서로 참여하려고 난리법석이었다. 통제가 안되는 순간까지 치닫기도 했다.
왜일까? 사람들은 첨단 기술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흥미와 재미에 주목하는 것이지 기술 그 자체에 열광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후진적인 기술이지만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만족감과 재미를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혁신적 기술이고 서비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Jury Hahn이 증명하려 했던 것도 기술 우선주의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신 기술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 기술의 어려운 인터페이스를 이해하는데 자신의 시간과 공력을 쏟아넣으려 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바쁜 세상 아니던가.
모든 첨단 기술이 모든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만족감과 재미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관념은 어쩌면 독선이고 오만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의 어텐션이며 그 어텐션의 중심에는 재미와 흥미, 호기심이 존재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될 성 싶다. 기술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자 방편이며, 사용자의 관심과 흥미를 위해 기획된 기술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이해하기 어려운 첨단 기술은 조작하기 쉬운 옛 기술보다 혁신적이지 않다.
3. 모바일 서비스의 무한 진화 가능성
일본이 '모바일 천국'이라는 사실은 귀에 따가울 정도로 많이 들었을 겁니다. 리프트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타케츠 나츠노씨는 "전 세계 통신종사자들의 꿈" "갈라파고스"라는 말로 일본 모바일 시장의 현재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잠시 일본 상황을 짚고 갔으면 합니다. 일본 모바일폰 사용자들은 음성 통화 외에 메일(87%), 시계(83%), 알람(58%), 카메라(56%), 모바일 인터넷 브라우징(42%), 계산기(40%), 메모(30%), 스케줄러(23%), QR코드(22%), 게임(18%), 음악(15%), 메모리(13%), 풀브라우징(7%) 등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핸드폰이 마치 가전기기 백화점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선 일본 시장만의 특수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수많은 외국 업체들이 일본 시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례들이 많다는 것쯤은 모두들 아실 겁니다. 모바일 시장의 미래는 곧 일본이다라고 예견하는 것 또한 성급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사실을 차치더라도 모바일 특히 핸드폰의 무한한 진화 가능성은 간과하고 넘겨버리기엔 그 잠재력이 너무도 큽니다.
특히 결재 수단으로서, 화폐의 대체품으로서 핸드폰은 매력적인 툴입니다. 가상 화폐를 언급하면서 스털링 등 몇몇 전문가들이 핸드폰 결재를 주목한 점은 새겨들을 대목이 많은 부분이었습니다. 일부 연사는 핸드폰 결재와 빈곤의 관련성을 거론하며 핸드폰 결재가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거래비용을 물리고 있는 관행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하더군요.
유비쿼터스 시대엔 도시(네트워크 시티)의 정보를 브라우징하는 검색툴로서 핸드폰의 활용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더군요. 어쩌면 핸드폰이 도시를 접근하는 리모콘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poketable, invisibe 하면서 말이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도 핸드폰은 없어서는 유용한 툴이 되고 있었습니다. 핸드폰 전화번호가 가진 정보의 파괴력 때문입니다. 통신사가 확보하고 있는 핸드폰 전화 가입자의 개인 정보는 개인들에게 맞춤화된 서비스와 네트워크를 제시하기에 안성맞춤이죠. 최근 이러한 맞춤형 서비스(광고에 한정)에 제동을 거는 관련 법이 미국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한층 더 타깃팅 서비스와 광고가 가능하기에 많은 IT 업체들이 달려들 것은 자명해보입니다.
이렇듯, 핸드폰은 모빌리티라는 강점을 무기로 우리 생활 곳곳을 파고들 것으로 보입니다. 노키아 등 주요 디바이스 생산 업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인도 모바일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네요.
4. 길드를 취재하는 게임속 기자는 없나?
"게임속에 21만개의 길드가 존재한다"는 권준모 사장의 얘기를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21만개의 게임 속 취재 대상을 취재하는 기자는 왜 없을까?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뉴스 미디어를 구성하는 건 불가능할까?
어쩌면 존재할지도 모르는 이런 가상 세계의 직업. 실제로 뉴스 매체로 만들어 수익을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1만개의 길드, 물론 전부가 활성화돼 있는 상태는 아니겠지만 가상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도 중요한 뉴스 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길드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이러한 뉴스 매체에 대한 갈증이 존재할 것이라고 보고요. 뿐만 아니라 어떤 길드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니즈도 분명 있을 것 같더군요.
게임이나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가상 세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소식들, 이는 오프라인 세상에서만큼이나 가상 세계에선 중요한 이슈들일 겁니다. 게임 세계에서 추앙받은 일부 사용자의 게임 속 일거수일투족은 그야 말로 그 세계에선 이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그런 차원에서 문득 든 생각이었습니다. 게임에만 그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실 세계와는 또다른 사회, 그 사회도 충분히 뉴스가 발생하는 공간이며, 또 다른 사회적 공간임을 부인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요?